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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영화 해설 2020. 3. 6. 16:53

     

    #2-1. 다시 가진 자들

     

     

     

     묵직한 소리를 울리며 열리는 자동문, 수목이 심겨져 있는 아담한 정원, 이 위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 남궁현자 선생의 예술 혼이 스며있는 집. 거실 한복판에 걸려있는 ‘올해의 CEO’ 상장. 기우는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가히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 다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해 보이는 집에 산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까지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곳에 사는 박사장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뭔가 어설픈 점들이 느껴집니다.

     애기 다솜이에게는 커다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릴적 생일 때 밤새 거실에 나와 케잌을 먹다가 귀신을 보았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귀신의 정체는 지하 벙커에 숨어 살던 사람입니다. 애가 아주 눈이 뒤집혀서 경기를 일으키고 난리도 아니었다지요.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애기 등쌀에 시달리는데, 때로는 되게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또 엄마 연교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항상 낮잠을 자고 있는데요. 봉준호 감독님 별명이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별명답게 애기 때문에 늘 피곤했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해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혜는 이렇게 가족의 온 정성이 다솜이에게만 가있어 늘 다솜이에게 질투를 느끼지요.

     결점이라고 부를만한 건 아닐 수 있는데, 박사장은 아래 사람들을 매우 하대하고 경멸합니다. 가정부야 새로 구하면 그만이라며 도구 그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직접 들으면 상당히 불쾌할만한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가끔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있어. 김기사한테서 그런 냄새가 난단 말이야."  - 박사장 -

     

     특히 이 대목은 지하철이 일상 수단인 우리들에게 내뱉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사장의 이런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이게 화근이 되어 일이 벌어지지만요.

     


     

    "돈이 다리미야, 대리미. 구김살을 쫙~ 펴줘."  - 충숙 -

     

     그러나 기생충 가족에게는 이런 것들은 전혀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위 대사처럼 돈은 여러 사소한 문제들을 덮어줍니다. 돈은 가난을 해결해주고, 또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지요.

     그래서 기생충 가족은 계획했던 대로 그들의 반지하 탈출 계획을 실행시킵니다. 그리고 끝끝내 서로가 서로를 소개시켜주는 방식을 통해 기우는 다혜 과외 선생님으로, 기정이는 다솜이 심리치료사로, 기택은 운전기사로, 충숙은 가정부로, 마침내 가족 전원이 취업에 성공합니다.

     

    “와, 여기 진짜 상징적이네!"  - 기우 -

     

     상징적인 장면이 여기 또 있습니다. 가족들이 한 명씩 취업함에 따라 기생충 가족의 삶은 점점 부요해집니다.

     맨 처음에는 반지하에서 싼 국산 캔 맥주로 피자시대 가게 알바로 돈을 번 것을 축하하다가도, 기사식당을 거쳐, 그담엔 손님으로 피자시대 가게에 가서 피자를 먹다가, 나중에는 비싼 수입산 캔 맥주에 고기까지 함께, 급기야는 유리창 훤한 부잣집 거실에서 온갖 비싼 술들을 즐기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연쇄적인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자들의 공간에 입성했음을 나타냅니다. 데칼코마니 그림으로 보면 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지요. 그리고 두 번째 공간이 의미하는 부자들의 삶을 맘껏 누립니다.


     다솜이 생일을 기념해 박사장 가족은 캠핑장으로 여행을 떠나는데요. 박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틈을 타 기생충 가족들은 하나둘씩 기어나옵니다. 그리고는 마치 그 집이 제 주인인 마냥 행세를 하지요. 엄청 넓은 목욕실에서 TV를 보면서 목욕도 해보고, 햇살 훤히 비치는 넓은 정원에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하고(실은 다혜 일기장), 온갖 종류의 비싼 술을 모두 섞어서 마셔보기도 합니다.

     


     

    "나름 운치가 있네. 밖에는 비가 쫙, 우리는 위스키를 쫙"

     

    [사진]

     특히 이 술판이 또 중요한데요. 2번 공간에서 기생충 가족이 느끼는 모든 생각들이 여기서 오고갑니다. 한번 잘 들어봅시다.

     

     

     

     


     

    #2-2. 경쟁의 첫 번째 함정(부제 : Pretend)

     

     

     

    "너 아까 욕조에서 목욕할 때 뭐랄까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이 부잣집 분위기랑 잘 맞아."​  - 기우 -

     

     

     그들이 Pretend 한 것은 직업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자리조차 못 구하는 반지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버젓이 한 가족이 모두 부잣집에 취업했다며, 마치 이곳 가진 자들의 공간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처럼 그들 스스로를 Pretend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들어가면 정식으로 사귀자 하려고요. 진지하게."  - 기우 -

     

     이 대사는 전에 민혁이가 기우에게 했던 대사입니다. 이번에는 기우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어떻게 보면 이것 또한 기우가 민혁이를 Pretend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족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한바탕 웃더니 한 술 더 떠서 이 집이 자기 집이라도 되는 마냥 그러면 충숙은 사돈 빤쓰 빨고 있던거냐, 나중에 우리 집이 되면 어느 방을 가질 거냐는 둥 이야기를 합니다. 아주그냥 손자 이름 짜주는 상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공식을 만들려 합니다. 잘 기억해두도록 합시다. 기우에게 부잣집 딸인 다혜는 부잣집에서의 삶을 함축하는 인물입니다.

     

    "이러다 박사장 갑자기 집에 찾아온다고 쳐봐.
    김기택 이 인간, 바퀴벌레처럼 샤샤샥 숨겠지?" - 충숙 -

     

     

     그러나 그들 역시도 부잣집 가족처럼 마냥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잊고 술을 퍼 마시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불안'이 느껴집니다. 특히 저는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언제 박사장 가족이 다시 집에 돌아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계속 있었습니다. 기생충 가족도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불안이라는 특징은 경쟁사회의 한 측면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경쟁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를 따라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경쟁이고요. 특히 현대 시대의 대표적인 체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된 목표는 돈입니다. 돈은 힘과 권력과 번영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기생충 가족 또한 주된 목표가 돈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경쟁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 그 지위를 잃을까 불안합니다. 그리고 이 불안은 위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기생충 가족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한 번 쇄기를 박고 갑시다. 불안은 경쟁사회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2-3. 경쟁의 두 번째 함정(부제 : 성공에 숨겨진 함정)

     

     

    "(술 취한 긔여운 목소리로) 우리한테만 신경 쓰면 되잖아. 윤기사 말고 나한테!"  - 기정 -

     

     

     여러분,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기생충 가족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들이 박사장 집에서 일자리를 하나씩 얻을 동안 쫓겨나갔던 사람들을 신경 쓰셨습니까?

     

     이렇게 말하면 진지충이라고 소리 들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술판이 한창인 와중에 갑자기 딩동 하면서, 기생충 가족에 의해 쫓겨났던 전 가정부가 다시 찾아옵니다.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 - 기우 -

     

     다시 계획이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 공간에서 기생충 가족이 세웠던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들은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계획을 세웠고, 철저한 연기와 속임수를 동원해 부잣집에서 기생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술 파티가 한창일 때 난데없이 나타난 지하 벙커 가족들은 그저 계획 성공에 방해되는 성가신 존재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충숙은 문광의 부탁을 들어줘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도 굳이 경찰을 부르겠다며 겁박하지요. 그리고 문광은 충속에게 빌빌거리다가도 역할이 서로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어찌됐든 이판사판이야" 하며, 결국 두 가족은 서로 치고받고 싸웁니다.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강아지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그걸 의도한 걸까요.

     

     

     기생충 가족은 자신의 계획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하 벙커 가족은 당장에 살 곳을 위해, 그들은 자기 목적에 충실해서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습니다. 고작 이런 이유들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워야 한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것을 성공에 숨겨진 함정, 또는 아까처럼 경쟁의 두 번째 함정이라고 부르려 합니다.

     

     

     

     


     

    #2-4. 그들의 진짜 관계

     

     

    "충숙이 언니가, 진짜 좋은 분인데, 나를 발로 확 밀었어." - 문광 -

     

     그런데 그들은 정말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존재들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 적대적 관계이기보다도 오히려 공통점을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지하 벙커 가족이 도저히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 지하 벙커에서 숨어 살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대왕대만카스테라 가게가 망해가지고, 빚을 좀 많이 졌어요." - 근세 -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근세는 사채를 썼는데, 얼마 가지 않아 언론의 오보로 사업이 쫄딱 망하면서 빚쟁이들에게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피해 숨어사는 곳이 바로 이 지하 벙커였던 것이죠.

     

     기억이 나실 겁니다. 바로 기생충 가족이 이렇게 망했었지요. 그러니까 두 가족 모두 같은 사건에 대한 피해자로서 같은 처지였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송강호(기택)의 표정입니다. 웃고 가시죠.

     

     


     

    "아니 어떻게, 여기서도 살면 살아지나" - 기택 -
    "땅 밑에 사는 사람이 한둘인가 뭘. 반지하까지 포함하면 더 많지" - 근세 -
    "당신 계획도 없지?" - 기택 -

     

     기택은 또다시 한 번 찔렸을 겁니다. 기생충 가족도 반지하에 살고 있었거든요.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의 계획은 성공했고, 이제는 나름 부자들처럼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기택 역시도 충숙처럼 그런 사정을 모른척합니다. 오히려 너는 계획도 없냐며 빈정거리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절대로 철천지원수 그런 거 아닙니다. 누군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살기 위해 싸워야 했던 것 그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정한 관계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기생충 가족은 이걸 어떻게 해서 깨닫게 될까요.

     

     비록 지하 벙커 가족과의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캠핑장 물이 불어나면서 박사장 가족이 계획보다 일찍 집에 도착하는 바람에, 기생충 가족은 도망쳐 나와야 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3번 공간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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