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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본
    기생충 영화 해설 2020. 3. 7. 18:41

     

     

     

     

     

     


     목차

     

     

     

    0. (대충 쓸데없는 머리말이지만 읽어주면 고맙다는 내용)

    1-1. 첫 번째 단서: 데칼코마니
    1-2. 두 번째 단서: 공간
    1-3. 가지지 못한 자들의 공간
    1-4. 가진 자들의 공간
    1-5. 두 공간 사이
    1-6. 다시 가지지 못한 자들
    1-7. 세 번째 단서: 키워드

    2-1. 다시 가진 자들
    2-2. 경쟁의 첫 번째 함정(부제 : Pretend)
    2-3. 경쟁의 두 번째 함정(부제 : 성공에 숨겨진 함정)
    2-4. 그들의 진짜 관계

    3-1. 데칼코마니 한가운데
    3-2. 수석이 자꾸 날 따라와요.

    4-1. 나 잘 어울려?
    4-2. 저 사람들이 아니라, 더 밑에.
    4-3. 비가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구요.
    4-4.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있어.
    4-5.
    4-6. 경쟁의 참상

    5-1. 그치만 웃지 않았습니다.
    5-2. 박사장님 미안합니다.
    5-3.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6-1. 기생이 아닌 공생을, 경쟁이 아닌 상생을.
    6-2. 에필로그.

     

     

     


    #0. (대충 쓸데없는 머리말이지만 읽어주면 고맙다는 글)​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들어갈 거거든요."  - 기우 -

     

     

     상을 받은 작품은 재미가 없다는 통설이 있습니다. 아마도 내용이 너무 깊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겠지요. 그런 통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생충 영화는 겉으로는 재미, 속으로는 의미를 모두 잡으며 한국 영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여러 상들을 휩쓸었으며, 동시에 천만 관객을 달성하여 국내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저도 기생충 영화가 흥행할 당시 친구들과 함께 영화관에 가서 기생충을 봤습니다. 미리 용서를 구합니다. 조금 거만하게 표현해서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게 뭔지 알겠더라고요. 신나는 마음에 집에 와서 유튜브 블로그 리뷰 등 열심히 뒤져가면서 정보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보는 것마다 어 이건 아닌데 싶었고, 제가 생각했던 주제를 시원하게 다뤄주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던 겁니다. 그래서 내가 꼭 제대로 된 기생충 영화 리뷰를 쓰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다가, 이제야 여유가 생겨 이렇게 글을 쓰네요.

     사실 그냥 가볍게 읽기에는 양이 많아 보이기도 합니다. 중요하지 않은 내용은 최대한 빼며 양 조절을 시도했는데도 여전히 양이 많네요. 영화가 2시간이 전혀 짧지 않은 대작인 만큼 완전하게 정리해보고 싶은 동기도 있었던 탓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고백편지 쓰는 느낌으로 문장 하나하나 공들여 썼고, 일러스트도 많이 추가해서 아마 소설 읽듯 쉽게 넘기며 읽으실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겁먹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읽으셔도 좋습니다.​

     서론부라 이것저것 하고싶은 말들이 정말 많습니다. 잡설들 다 치우고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이렇게 글로 남기고 싶은 이유는 기생충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요. 이 주제에 대해 공감해주고 감동을 같이 느껴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이 글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전혀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감히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을 신선한 해석의 연속임을 담보합니다. 그럼 즐겁게 감상하시길 부탁드립니다!

     

     

     


     

    #1-1. 첫 번째 단서: 데칼코마니

     

     

     

     영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 전체를 구성하는 틀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엽적인 해석에 갇혀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 영화의 주제를 빈부격차 또는 부자와 빈자의 대결구도 등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영화 리뷰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것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을 보고 해석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잘못입니다. 실제로 영화 전체를 놓고 보면 부자와 가난한자가 싸우는 장면보다 가난한 자들끼리 싸우는 장면이 더 많이 나오지요. 물론 빈부격차가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는 합니다. 다만 그것을 주제라고 한다면 이는 기생충 영화의 핵심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기생충입니다. 물론 이 제목도 정말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눈여겨봤으면 하는 것은 바로 영화의 가제입니다. 가제란 태명처럼 영화에 공식적인 이름을 붙이기 전 임시로 만들어놓은 이름을 말하지요.

     이 영화의 가제는 데칼코마니입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나비의 한쪽 부분에 물감을 열심히 칠하고, 종이를 반으로 접었다 펴면 완성된 나비 그림이 나타나는 것을 해본 적들이 있으실 겁니다. 이걸 두고 데칼코마니 기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그림을 한 번 준비해봤습니다. 이 그림이 바로 기생충을 이해하는데 정말 요긴하게 쓰이는 틀입니다. 틀을 구성하는 세 가지 단서가 있는데요. 첫 번째 단서가 바로 데칼코마니입니다.

     데칼코마니 그림은 좌우 대칭이지요. 영화 속의 구성을 살펴보면 1번 공간의 내용과 5번 공간의 내용이, 2번 공간의 내용과 4번 공간의 내용이 각각 대응됩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3번 공간이 존재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3번 공간에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놓고, 다음 힌트로 갑시다.

     

     

     


     

    #1-2. 두 번째 단서: 공간

     

     

     

     두 번째 단서는 바로 공간입니다. 영화 속에는 설정된 두 개의 공간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렇게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등장하지는 않아서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긴 합니다. 이 글에서는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  가진 자의 공간’, ‘땅 밑에 사는 사람들  저 위에 사는 사람들 표현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데칼코마니 그림의 아랫부분은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을 의미하고, 윗부분은 가진 자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공간의 이동에 따라 전개됩니다. 1번 공간에서부터 시작해 234번 공간을 거쳐 5번 공간에 도착하는 방식이지요.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 가족은 가진 자의 공간과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을 계속해서 이동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전에 좌우 대칭에 주목하자고 했던 것처럼 상하 대칭에도 신경을 써 주도록 합시다.

     

     

     


     

    #1-3.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

     

     

     

     공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먼저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은 판자촌으로 된 빈민가입니다. 그리고 젤 끝에 반지하가 있고, 그곳에는 기생충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뭔가 찝찝함을 남기는 그런 공간입니다. 집 안에서는 꼽등이가 종종 발견이 되고, 집 밖에는 취객이 노상방뇨를 하며 돌아다니는 모습도 보입니다.

     특히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냄새'입니다. 실제 촬영장 세트를 제작할 때 냄새까지도 구현을 했다고 하는데요. 빈민가의 길거리와 반지하에 짙게 베긴 냄새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소위 반지하 냄새가 납니다. 냄새는 빈민가 공간에 산다는 그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요 인물 이름은 간단하게 익히고 갑시다.

    기택, 기우
    기정, 충숙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이 의미하는 것은,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삶' 입니다.

     

     

     


     

    #1-4. 가진 자들의 공간

     

     

     

     가진 자들의 공간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수목이 심겨져 있는 아담한 정원, 이 위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 남궁현자 선생의 예술 혼이 스며있는 집. 이곳에는 박사장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박사장은 선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박사장에게는 주변 사람들이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뭐든 괜찮습니다. 대신에 선을 넘는 것을 정말 '극혐'합니다. 이 선을 넘는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예시를 준비해 왔습니다.

     요즘 남이 뭘 하던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다 괜찮다거나, 남이 어떤 생각을 갖던 남에게 강요만 하지 않는다면 다 괜찮다는 식의 사고가 만연하게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선만 안 넘으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생각들을 두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생각이지요. 박사장이 바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등장인물 이름을 간략하게 익히고 갑시다.

    박동익, 연교
    다혜, 다솜


     다른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습니다. 이번에도 공간 특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가진 자의 공간이 의미하는 것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 입니다.

     

     

     

     


     

    #1-6. 다시 가지지 못한 자들

     


     다시 아래 공간의 사람들에게로 돌아와 봅시다. 지금 우리는 그림에서 첫 번째 공간 위치에 있습니다.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을 맛보기 위한 마음은 정말이지 간절했을 겁니다. 말은 되게 거창하게 했지만, 이건 우리 이야기입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취직, 좋은 집. 모두 우리가 꿈꿔왔던 것들이지요. 독자분들 중에서는 이것들 중 많은 것들을 누리고 계실수도 있겠고, 적은 것들을 누리는 측에 속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이 김기택, 시방 계획이 뭐야?"  - 충숙 -

     

     그런데 기생충 가족은 이들 중 단 하나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그런 사람들을 보고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정말로 노력이 부족해서 이 반지하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누구보다도 도전을 많이 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머니 충숙은 운동 선수입니다. 전국대회에서 은매달을 딴 선수이지요.​

    [사진]

     기우는 수능을 군대 가기 전 두 번, 군대 갖다온 후 두 번 수능을 치고도 아직까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오수생입니다. 요즘은 군대에 있으면서도 수능을 치르기 때문에 나이로는 7수네요. 또한 기정은 미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학원에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들은 듣보잡 브랜드인 피자시대에서 알바나 하며 겨우 반지하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사람은 아버지 기택입니다. 기택의 경력은 정말이지 화려합니다. 대리기사 발렛에, 치킨집 망하고, 대리기사 뛰다가, 대만카스테라 가게까지 망한데다, 이 모든걸 무덤덤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실패가 너무나도 익숙해진 수준에까지 이르렀나 싶습니다.

     특히 마지막 대만대왕카스테라는 단순한 설정을 넘어서 보다 중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 대왕카스테라가 큰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카스테라 장사에 뛰어들었지요. 영화 설정상으로 기택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창 개업 붐이 있던 와중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카스테라를 만드는데 몸에 나쁜 기름을 사용한다는 보도를 한 겁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가게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기름은 식용유입니다. 반죽에 식용유가 들어간다고 해서 나쁘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언론은 그저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만 하면 된다는 자기만의 목적에 충실해 그냥 그렇게 보도를 해 버린 것이지요.

     돈을 벌 기미를 보이기도 전에 쫄딱 망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 사태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던 사람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한 면을 바로 이 대왕카스테라가 나타내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가 평등하고 뭐 그런거 다 필요 없고, 그저 노력한 만큼이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라면 정말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억울하지만 마치 그게 그저 당연한 듯 입을 굳게 닫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들이, 시간이 지나면 기택처럼 그런 일들에 무덤덤해지는 모습이 굉장히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이대로 늙어간다면 영화가 재미없겠죠. 상황은 기우의 친구 민혁이를 만나며 역전되기 시작합니다.

     

     

     


    #1-7. 세 번째 단서: 모티프

     

     

     

    ​"특히 이 돌은 가정에 많은 재물 운과 합격 운을 몰고 오면서.."  - 민혁 -
    "민혁아, 이거 진짜 상징적인 거네!"  - 기우 -

     

    [사진]

     

     어느 날 민혁이가 기생충 가족의 집에 방문합니다. 그리고 기우에게 부잣집 딸 다혜의 과외를 맡기고 가지요. 이와 함께 수석도 건네줍니다.

     수석에는 정말 다양한 의미가 엮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지금 다 열거했다간 과부화가 올 것 같고, 일단은 민혁이가 말한 대로 수석은 복(福)을 상징한다고 합시다. 정말 그의 말처럼 민혁이에게 수석을 받은 이후부터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합니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 기택 -

     

     기생충 가족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 곧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 가진 자의 공간 즉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으로 가기 위한 계획이지요. 이른바 반지하 탈출 계획입니다.

     그들은 부잣집에서 필요로 하는 각자의 직업으로 위장하여 그 직업인 척(Pretend) 행세를 합니다. 연세대학교 합격증 위조에 연기까지(제시카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아주 치밀하게 준비합니다. 그리고 하나둘씩 부잣집에서 기생하기 시작합니다. 영화에서 특히 이 장면을 정말 해학적으로 스릴 있게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힌트는 바로 키워드 입니다. 방금 잠깐 살펴본 몇 가지 키워드: 수석, 계획, pretend, 그리고 조금 더 전에 살펴본 키워드: 냄새, 선 따위의 키워드들은 그림 전체를 꿰뚫는 매우 중요한 단어입니다.

     데칼코마니, 공간, 키워드. 이렇게 세 가지 단서를 다 챙겼다면 이제 영화를 해부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럼 이제 가시죠.

     

     


     

    #2-1. 다시 가진 자들

     

     

     

     묵직한 소리를 울리며 열리는 자동문, 수목이 심겨져 있는 아담한 정원, 이 위를 비추는 따뜻한 햇살, 남궁현자 선생의 예술 혼이 스며있는 집. 거실 한복판에 걸려있는 ‘올해의 CEO’ 상장. 기우는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가히 '누구나 부러워하는 삶' 다운 공간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해 보이는 집에 산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까지 완벽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곳에 사는 박사장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뭔가 어설픈 점들이 느껴집니다.

     애기 다솜이에게는 커다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릴적 생일 때 밤새 거실에 나와 케잌을 먹다가 귀신을 보았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귀신의 정체는 지하 벙커에 숨어 살던 사람입니다. 애가 아주 눈이 뒤집혀서 경기를 일으키고 난리도 아니었다지요.

     그리고 엄마는 그런 애기 등쌀에 시달리는데, 때로는 되게 뜬금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또 엄마 연교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 항상 낮잠을 자고 있는데요. 봉준호 감독님 별명이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별명답게 애기 때문에 늘 피곤했던 모습을 정말 잘 표현해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혜는 이렇게 가족의 온 정성이 다솜이에게만 가있어 늘 다솜이에게 질투를 느끼지요.

     결점이라고 부를만한 건 아닐 수 있는데, 박사장은 아래 사람들을 매우 하대하고 경멸합니다. 가정부야 새로 구하면 그만이라며 도구 그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거나, 직접 들으면 상당히 불쾌할만한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가끔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있어. 김기사한테서 그런 냄새가 난단 말이야."  - 박사장 -

     

     특히 이 대목은 지하철이 일상 수단인 우리들에게 내뱉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사장의 이런 행동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이게 화근이 되어 일이 벌어지지만요.

     


     

    "돈이 다리미야, 대리미. 구김살을 쫙~ 펴줘."  - 충숙 -

     

     그러나 기생충 가족에게는 이런 것들은 전혀 관심거리가 아닙니다. 위 대사처럼 돈은 여러 사소한 문제들을 덮어줍니다. 돈은 가난을 해결해주고, 또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지요.

     그래서 기생충 가족은 계획했던 대로 그들의 반지하 탈출 계획을 실행시킵니다. 그리고 끝끝내 서로가 서로를 소개시켜주는 방식을 통해 기우는 다혜 과외 선생님으로, 기정이는 다솜이 심리치료사로, 기택은 운전기사로, 충숙은 가정부로, 마침내 가족 전원이 취업에 성공합니다.

     

    “와, 여기 진짜 상징적이네!"  - 기우 -

     

     상징적인 장면이 여기 또 있습니다. 가족들이 한 명씩 취업함에 따라 기생충 가족의 삶은 점점 부요해집니다.

     맨 처음에는 반지하에서 싼 국산 캔 맥주로 피자시대 가게 알바로 돈을 번 것을 축하하다가도, 기사식당을 거쳐, 그담엔 손님으로 피자시대 가게에 가서 피자를 먹다가, 나중에는 비싼 수입산 캔 맥주에 고기까지 함께, 급기야는 유리창 훤한 부잣집 거실에서 온갖 비싼 술들을 즐기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연쇄적인 방식으로 그들이 가진 자들의 공간에 입성했음을 나타냅니다. 데칼코마니 그림으로 보면 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한 것이지요. 그리고 두 번째 공간이 의미하는 부자들의 삶을 맘껏 누립니다.


     다솜이 생일을 기념해 박사장 가족은 캠핑장으로 여행을 떠나는데요. 박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틈을 타 기생충 가족들은 하나둘씩 기어나옵니다. 그리고는 마치 그 집이 제 주인인 마냥 행세를 하지요. 엄청 넓은 목욕실에서 TV를 보면서 목욕도 해보고, 햇살 훤히 비치는 넓은 정원에 누워서 책을 읽기도 하고(실은 다혜 일기장), 온갖 종류의 비싼 술을 모두 섞어서 마셔보기도 합니다.

     


     

    "나름 운치가 있네. 밖에는 비가 쫙, 우리는 위스키를 쫙"

     

    [사진]

     특히 이 술판이 또 중요한데요. 2번 공간에서 기생충 가족이 느끼는 모든 생각들이 여기서 오고갑니다. 한번 잘 들어봅시다.

     

     

     

     


     

    #2-2. 경쟁의 첫 번째 함정(부제 : Pretend)

     

     

     

    "너 아까 욕조에서 목욕할 때 뭐랄까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이 부잣집 분위기랑 잘 맞아."​  - 기우 -

     

     

     그들이 Pretend 한 것은 직업뿐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자리조차 못 구하는 반지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버젓이 한 가족이 모두 부잣집에 취업했다며, 마치 이곳 가진 자들의 공간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처럼 그들 스스로를 Pretend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들어가면 정식으로 사귀자 하려고요. 진지하게."  - 기우 -

     

     이 대사는 전에 민혁이가 기우에게 했던 대사입니다. 이번에는 기우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어떻게 보면 이것 또한 기우가 민혁이를 Pretend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족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는 한바탕 웃더니 한 술 더 떠서 이 집이 자기 집이라도 되는 마냥 그러면 충숙은 사돈 빤쓰 빨고 있던거냐, 나중에 우리 집이 되면 어느 방을 가질 거냐는 둥 이야기를 합니다. 아주그냥 손자 이름 짜주는 상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공식을 만들려 합니다. 잘 기억해두도록 합시다. 기우에게 부잣집 딸인 다혜는 부잣집에서의 삶을 함축하는 인물입니다.

     

    "이러다 박사장 갑자기 집에 찾아온다고 쳐봐.
    김기택 이 인간, 바퀴벌레처럼 샤샤샥 숨겠지?" - 충숙 -

     

     

     그러나 그들 역시도 부잣집 가족처럼 마냥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잊고 술을 퍼 마시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불안'이 느껴집니다. 특히 저는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언제 박사장 가족이 다시 집에 돌아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계속 있었습니다. 기생충 가족도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불안이라는 특징은 경쟁사회의 한 측면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경쟁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각자의 목표를 따라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게 바로 경쟁이고요. 특히 현대 시대의 대표적인 체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된 목표는 돈입니다. 돈은 힘과 권력과 번영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기생충 가족 또한 주된 목표가 돈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경쟁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 그 지위를 잃을까 불안합니다. 그리고 이 불안은 위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기생충 가족도 결코 예외는 아닙니다.

     

     한 번 쇄기를 박고 갑시다. 불안은 경쟁사회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2-3. 경쟁의 두 번째 함정(부제 : 성공에 숨겨진 함정)

     

     

    "(술 취한 긔여운 목소리로) 우리한테만 신경 쓰면 되잖아. 윤기사 말고 나한테!"  - 기정 -

     

     

     여러분,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기생충 가족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들이 박사장 집에서 일자리를 하나씩 얻을 동안 쫓겨나갔던 사람들을 신경 쓰셨습니까?

     

     이렇게 말하면 진지충이라고 소리 들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만들어낸 게 아니라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술판이 한창인 와중에 갑자기 딩동 하면서, 기생충 가족에 의해 쫓겨났던 전 가정부가 다시 찾아옵니다.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 - 기우 -

     

     다시 계획이란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 공간에서 기생충 가족이 세웠던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들은 시궁창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 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계획을 세웠고, 철저한 연기와 속임수를 동원해 부잣집에서 기생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술 파티가 한창일 때 난데없이 나타난 지하 벙커 가족들은 그저 계획 성공에 방해되는 성가신 존재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충숙은 문광의 부탁을 들어줘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도 굳이 경찰을 부르겠다며 겁박하지요. 그리고 문광은 충속에게 빌빌거리다가도 역할이 서로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어찌됐든 이판사판이야" 하며, 결국 두 가족은 서로 치고받고 싸웁니다.

     

     그야말로 개판입니다. 강아지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그걸 의도한 걸까요.

     

     

     기생충 가족은 자신의 계획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 그리고 지하 벙커 가족은 당장에 살 곳을 위해, 그들은 자기 목적에 충실해서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습니다. 고작 이런 이유들로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치고받고 싸워야 한다는 게 조금은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저는 이것을 성공에 숨겨진 함정, 또는 아까처럼 경쟁의 두 번째 함정이라고 부르려 합니다.

     

     

     

     


     

    #2-4. 그들의 진짜 관계

     

     

    "충숙이 언니가, 진짜 좋은 분인데, 나를 발로 확 밀었어." - 문광 -

     

     그런데 그들은 정말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존재들일까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서로 적대적 관계이기보다도 오히려 공통점을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지하 벙커 가족이 도저히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 지하 벙커에서 숨어 살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대왕대만카스테라 가게가 망해가지고, 빚을 좀 많이 졌어요." - 근세 -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근세는 사채를 썼는데, 얼마 가지 않아 언론의 오보로 사업이 쫄딱 망하면서 빚쟁이들에게 내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피해 숨어사는 곳이 바로 이 지하 벙커였던 것이죠.

     

     기억이 나실 겁니다. 바로 기생충 가족이 이렇게 망했었지요. 그러니까 두 가족 모두 같은 사건에 대한 피해자로서 같은 처지였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송강호(기택)의 표정입니다. 웃고 가시죠.

     

     


     

    "아니 어떻게, 여기서도 살면 살아지나" - 기택 -
    "땅 밑에 사는 사람이 한둘인가 뭘. 반지하까지 포함하면 더 많지" - 근세 -
    "당신 계획도 없지?" - 기택 -

     

     기택은 또다시 한 번 찔렸을 겁니다. 기생충 가족도 반지하에 살고 있었거든요.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의 계획은 성공했고, 이제는 나름 부자들처럼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기택 역시도 충숙처럼 그런 사정을 모른척합니다. 오히려 너는 계획도 없냐며 빈정거리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절대로 철천지원수 그런 거 아닙니다. 누군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그저 살기 위해 싸워야 했던 것 그뿐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정한 관계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기생충 가족은 이걸 어떻게 해서 깨닫게 될까요.

     

     비록 지하 벙커 가족과의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캠핑장 물이 불어나면서 박사장 가족이 계획보다 일찍 집에 도착하는 바람에, 기생충 가족은 도망쳐 나와야 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3번 공간으로 내려갑니다.

     

     

     

     


     

    #3-1. 데칼코마니 한가운데

     

     

     그들을 맞이하고 있는 건 폭우였습니다. 넓은 거실에서 소위 발뻗잠 하며 훤한 유리창 밖 비 내리는 경치를 즐기며 "밖에는 비가 쫙, 우리는 위스키를 쫙" 하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이제는 정 반대의 처지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 전까지는 예쁜 경치 그 정도였는데, 그 비가 실제로는 폭우가 되어 자연재해 수준으로 내리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내려가 확인한 실상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온 동네가 비에 잠겼고, 특히 반지하였던 기생충 가족의 집은 완전히 침수되었습니다. 그 비는 기생충 가족과 이웃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렸고, 그로인해 그들은 단체로 체육관에서 자게 됩니다.

     


     

    "최고의 계획은 무계획이야 무계획.
    왜냐, 계획을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 기택 -

     

     

     지금까지 계획이란 단어가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다시 한 번 복습해봅시다.

     

     첫 번째 공간에서 그들은 두 번째 공간으로 올라가기 위해 계획을 세웠고 또 해냈습니다. 그런데 전 가정부가 갑자기 방문한 일부터 캠핑장에 물이 불어나 박사장 가족이 집에 일찍 도착하게 되는 일까지, 계획에 없던 일이 연이어 벌어졌고, 결국 그들은 두 번째 공간에서 쫓겨나 세 번째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야심차게 세웠던 그들의 계획은 또 다시 좌절되었습니다. 최고의 계획은 무계획이라는 기택의 말은 바로 이런 상실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살펴보면 우리들 역시도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때로는 일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마치 이 영화의 기생충 가족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 잠시 성공한줄 알았던 2번 공간에서 '여기도 사람 사는 공간이냐며, 당신은 계획도 없지 않냐'며 지하 벙커 사람을 비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역설적이게도 사람 살 만한 , 계획이 없었던 사람은 기택 본인이었습니다. 애써 외면하려 했던 사실 하나, 그들은 같은 처지였던 것입니다.

     

     방금 전까지 난투극을 벌였던 두 가족이 실은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기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도 나타납니다. 바로 이렇게.

     

     

     되게 찝찝하고 어떻게 보면 끔찍한 일이지만, 그들은 이 사실을 직시해야만 했습니다.

     

     가정부 가족과 기생충 가족은 모두 같은 경쟁의 피해자들입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했고, 같은 처지에 있었고, 무엇보다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지하에 사람들." - 기정 -

     

     그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중인지, 기생충 가족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우리만 신경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던 그때와는 달라진 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2. 수석이 자꾸 날 따라와요.

     

     

     

    "아버지, 죄송해요. 뭐가 임마, 다요. 전부 다. 제가 책임질게요.“ - 기우 -
    뭔 소리야. 돌은 왜 그렇게 껴안고 있냐.” - 기택 -
    이거요? 얘가 자꾸 나한테 달라붙는 거에요. 진짜로. 얘가 자꾸 날 따라와요." - 기우 -

     

     

     큰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이후 고요한 밤. 한밤중의 감성 그윽한 체육관에서 기우는 어떤 생각에 잠겼을까요. 밤잠을 설쳤는지 퀭한 눈에 다크써클이 짙습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기생충 가족들은 쏟아지는 빗발에 잠긴 반지하에 들어가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을 하나씩 챙깁니다. 아버지 기택은 어머니 충숙의 상패를, 기정은 돈과 담배를 가져오는데요. 특히 저에게는 기정의 담배씬이 무척 인상 깊게 각인되어 남았습니다. 변기에서 쏟아지는 구정물이 역하게 느껴지면서도 담배씬의 매력이 그 장면을 직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더욱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난데없이 기우는 수석을 챙깁니다. 수석이 자꾸 나한테 달라붙는다는 표현은 더더욱 이상합니다. 대체 기우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요. 이 기우의 고민을 이해하기 위해 이번엔 기우의 시점으로 이야기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서 스토리를 빠르게 훑어봅시다.

     


     

    "정신 차려 정신!" - 민혁 -
    "대학생이라 그런지 기세가 남다르네" - 충숙 -
    "오빠랑은 다르게" - 기정 -

     

     

     오줌싸개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는 하찮은 존재, 성가신 존재 그런 것들입니다. 반지하의 찝찝한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사람이지요. 진상 짓도 이미 수차례인 듯한데 다시 반지하에서 기생충 가족이 술 마시는 도중에 오줌싸개가 찾아와 분위기를 깹니다.

     

     기생충 가족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바로 그때 민혁이가 구세주처럼 등장해 박력 있게 그 대사 "정신 차려 정신" 을 외치며 오줌싸개를 내쫓지요. 그리고 기생충 가족은 민혁이의 그런 모습에 감탄을 내뿜습니다.

     

     민혁이는 기세등등한 대학생이나, 기우는 아직까지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짚어볼 때 기우를 땅 밑에 사람이라고 한다면, 번듯한 양복을 빼 입은 민혁이는 저 위에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로 또 기우에게 민혁은 마치 롤모델과 같은 존재입니다. 늘 민혁이를 따라하고 싶어 하지요. 마치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형이나 삼촌 같은 이미지라고 하면 비유가 적절할까요.

     

     여기 소개된 장면들 외에도 기우가 민혁이를 Pretend 하는 장면은 여럿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나중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보면서 찾아보시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정신 차려 정신" - 기우 -
    "~ 김기우 박력 있어!" - 기정 -

     

     

     반지하에서 술과 고기로 식구들이 전원 취업한 것을 만끽하는 와중에 느닷없이 또다시 오줌싸개가 찾아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르다는 듯, 기우는 박력 있게 죽일 듯 달려나가 '그 대사'를 외치며 오줌싸개를 쫓아냅니다. 이제는 나도 민혁이와 같은 저 위 공간의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잔뜩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과 정말 꼭 닮은 장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3번 공간에서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인데, 입장이 뭔가 바뀐 것 같네요. 오히려 기택이랑 기우가 물보라를 맞고 있지요.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지금까지 보았던 많은 장면들과 오버랩 됩니다.

     

     선은 선 위에 있는 자만이 그을 수 있습니다. 먼저 박사장은 기생충 가족에게 선을 그었습니다. 동일하게 기생충 가족은 반지하에서의 술 파티에 난데없이 등장한 취객(오줌싸개)에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가정부 가족에게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생충 가족은 그들이 그었던 그 선 아래에 있습니다. 물에 젖은 기택과 기우의 모습은 그들에게 쫓기며 물보라를 맞은 취객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며, 지금 기생충 가족의 처지는 지하 벙커 가족의 처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하나둘 깨달아가는 기우의 머릿속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근데 아까부터 드는 생각이, 이 상황에서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 기우 -

     

     그리고 바로 이게 지금 체육관에서 하고 있는 기우의 고민입니다. 앞서 민혁이는 기우의 롤모델이자 행동의 지표를 나타낸다고 말했습니다. , 기우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 를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우의 생각은 지금까지 민혁이를 pretend 하며 살았던 부잣집에서의 기억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계획을 세우고 또 계획이 좌절되기까지 이 모든 일의 발단은 기우가 운의 상징인 수석을 기생충 가족에게 선물해준 사건이었습니다. '저 위에 사는 민혁이가 땅 밑에 사는 기생충 가족을 찾아와 수석을 건네준 일'. 바로 이 사실 하나가 기우의 머리에 깊이 박혔을 겁니다.

     

     또한 수석을 안고 울먹이는 기우의 모습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죄송해요. 전부 다. 제가 책임질게요."

     

     기우는 수석으로부터 원인모를 모종의 책임감을 느꼈던 것이지요.

    이제 질문의 관심은 한 군데로 모아졌습니다. 앞으로 기우는 어떻게 할까요.

     

     한편 부잣집에서는 물이 불어 취소된 캠핑 대신 생일번개를 준비합니다. 기생충 가족들도 각자의 직업인으로 이 파티에 초대되어 다시 4번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4번 공간은 2번 공간과 데칼코마니 상으로 같은 위치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판자촌에서 인간의 실상을 보았기 때문에, 분명 뭔가 이전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4-1. 나 잘 어울려?

     

     

     

     왼쪽은 4번 공간, 오른쪽은 2번 공간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데칼코마니 되는 상황을 자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다혜는 '부잣집에서의 삶' 을 의미한다고 했었던 것을 잘 기억해봅시다. 그런데 4번 공간에서의 기우에게는 그때 저 위 세상에서의 새로움을 만끽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음 한 구석에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듯 보입니다.

     


     

    "오빠 딴 생각 했지. 좀 전에 나랑 뽀뽀할 때 딴 생각 했잖아." - 다혜 -

     

     다혜가 이렇게 보채는데도 기우는 들은 체 만 체 정원만 쳐다보고 있지요.

     

     

    ", 다들 멋있다 그지. 이렇게 금방 모였는데도, 다들 쿨하고. 되게 자연스럽네."
    "다혜야, 나 잘 어울려? 잘 어울리냐구." - 기우 -

     

     기억이 나시나요? , 바로 이 대사입니다.

     

    "기정아, 너 욕실에 있을 때 되게 잘 어울리더라" - 기우 -

     

     2번 공간에서 부한 삶을 누리며 그들이 이곳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든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 자신은 잘 어우러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르지만 기우는 알고 있는 그 사실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다혜의 마음을 빼앗고 있던 기우의 한구석에 아려있는 그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4-2. 저 사람들이 아니라, 더 밑에.

     

     

    "왜 어디가?“ - 다혜 -
    밑에 가야돼.” - 기우 -
    저 썰렁한 사람들하고 뭐하게.” - 다혜 -
    저 사람들이 아니라, 더 밑에." - 기우 -

     

     

     그것은 바로 '저 밑에 사람들' 이었습니다. 밤새 고민하며 껴안고 있던 수석을 함께 들고 있네요. 기우는 수석을 들고 저 밑에 지하 벙커 사람들에게 찾아갑니다.

     

     바로 여기서 기우가 수석에서 모종의 책임감을 느낀 이유가 나타납니다.

     

     '저 위에 사는 민혁이가 땅 밑에 사는 기생충 가족을 찾아와 수석을 건네준 일'을 본받아, 자신 또한도 어떻게 보면 자신보다 더 낮은 공간에서 사는 사람에게 찾아가 수석을 건네주고, 기생충 가족에게 복을 불러왔던 그 수석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그 사람들과의 최종적인 화해를 이루기 위해 수석을 들고 내려갔던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의도를 모르는 근세는 수석으로 기우를 돌로 내리치고, 자신의 아내를 죽인 기생충 가족에게 복수하러 지상으로 올라갑니다.

     

     여기서 수석의 또 다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돌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4-3. 비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구요.

     

     

     영화에서는 영화의 주제를 여러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물색합니다. 3번 공간에서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기우는 생각하고 사색하는 캐릭터라면, 기택은 좌절하고 체념하는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이번엔 기택의 시선으로 초점을 맞춰봅시다.

     

     연교는 파티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상황이고, 기택은 운전기사로 연교를 따라다니며 시중을 들고 있네요. 갑작스럽게 준비된 이 파티는 애기 다솜이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행사입니다. 엄마 연교는 이 파티를 위해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준비하지요.

     

     

    "오늘 하늘 파랗고 미세먼지 제로잖어. 어제 비가 왕창 온 덕분에.
    그 덕에 캠핑 나가리, 가든파티 콜.“
    비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구요." - 연교 -

     

     이 대사를 들었을 때 기택의 머릿속에 스치는 장면이 하나 있었을 것입니다.

     

    "나름 운치가 있네. 밖에는 비가 쫙, 우리는 위스키를 쫙"

     

     2번 공간의 비가 오는 경치를 즐기는 기택의 모습과 4번 공간의 비가 와서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며 기뻐하는 연교의 모습은 서로 오버랩 됩니다. 데칼코마니상의 같은 위치에 있는 사건이네요.

     

     그러나 이 이야기를 듣는 기택의 속마음은 결코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바로 3번 공간에서의 경험 때문입니다.

     

     첫 번째, 그는 누구에게는 단순한 노름거리 정도로 여겨지는 것들이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을 빼았은 재앙이었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그 누구는 바로 우리들과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작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동질감을 기택에게는 비가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는 연교의 말에 결코 마음이 편할 리 없었습니다. 특히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의 표정 연기는 정말로 진국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4-4. 그거 있잖아.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

     

     

     그런데 하필이면 그 와중에 냄새가 또 선을 넘습니다. 기택과 기택의 가족에게는 냄새가 있는데요. 반지하 고유의 냄새이지요.

     

     여태껏 기택은 자신을 박사장 가족의 운전기사로 pretend, 흉내내며 자신의 정체를 숨겨왔으나, 이 냄새 때문에 자신의 원래 신분을 들킬 뻔한 상황이 여럿 연출되기도 합니다. 그런 냄새까지 없애고 자신을 완전한 두 번째 공간의 사람으로 위장시키려 하지만, 세 번째 공간에서 산전수전을 겪었던 그는 지금 네 번째 공간에서 아마도 체념을 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연교는 기택에게서 나는 냄새를 맡고는 코를 찡그립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찡그리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입니다. 그런데 기택이 이런 눈총을 받은 일은 한 번이 아니지요.

     

     

     


     

    어디서 김기사 냄새 나는 것 같지 않아? 낡은 무말랭이 냄새 같은 게.” - 동익 -
    노인냄새?” - 연교 -
    아니. 가끔씩 지하철 타면 나는 냄새 있어” - 동익 -

     

     기택과 기생충 가족이 식탁 아래에 숨어있을 때, 소파에서 박사장과 아내 연교가 서로 나눈 대화입니다. 정말 불쾌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자신의 정체를 들키면 안 되는 기택은 힘을 쓸 수가 없고 그저 잠자코 듣고만 있어야 하네요. 특히 그 냄새가 '지하철에서 나는 냄새' 라는 말은 단순히 기택에게만 하는 말이 아닌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연교가 기택에게 지었던 그 표정을, 이번에는 박사장이 짓습니다.

     

     

     


     

    #4-5.

     

     

     

     지하 벙커 사람 근세는 기우를 돌로 쳐 기절시킨 이후 벙커에서 집으로 올라와 부엌에서 칼을 챙긴 후, 파티가 열리고 있는 정원으로 나가 그대로 돌진해 기정을 부엌칼로 찔렀습니다. 순식간에 파티는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두 눈 뜨고는 쉽게 보기 힘들어 저도 눈을 가리는 흉내를 내며 그 장면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는 반지하의 찝찝한 모습으로부터 시작해 거실에서 두 가족이 서로 싸우는 장면,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세 가족이 서로 얽키고섥킨 장면으로 이어지며 끊임없이 우리 마음을 찝찝하고 불편하게 합니다.

     

     파티장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던 근세를 충숙이 바베큐 칼로 찌르며 위급했던 상황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상황을 수습해야 할 책임이 박사장에게 있었음에도, 그는 그저 선을 지키는 데에만 여념이 없었습니다. 누가 죽는지 다쳤는지 따위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박사장은 그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이 안전하게 피신하게 위해 자동차 열쇠를 찾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은 마냥 그렇게 지킨다고 지켜지는 건 아닌가봅니다. 쓰러져있는 사람의 몸을 뒤집어 열쇠를 꺼내려 할 때, 다시 냄새는 선을 넘습니다.

     

     사람에게서 역한 지하 벙커 냄새를 맡는 순간 박사장의 얼굴은 다시 찌푸려집니다.

     

     

     그리고 그 표정을 지켜본 기택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행동을 합니다. 모두가 그 행동에 놀랐습니다. 기택은 기정을 찔렀던 그 칼을 들고 일어나 등을 보이며 걸어가던 박사장을 돌려세워 그대로 칼로 찔러 그를 죽였습니다. 영화 제목처럼, 기택은 숙주인 박사장네 집에 기생하다가 숙주를 빠져나오며 기생충처럼 숙주(박사장)를 파괴시켰습니다.

     

     식탁 밑에 숨어 박사장의 뒷담을 들을 때, 그리고 연교가 자신의 냄새를 맡고 찡그릴 때에조차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화를 꾹 참고 있었던 기택이, 이번에는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을 경멸하는 그 시선에 반응해 분노를 터뜨린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칼이 있다면 자신의 딸 기정이를 살해했던 사람을 확인사살 한다거나 하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박사장을 찔러 죽인 것은 더욱 아이러니 입니다.

     

     그것은 기택이 땅 밑에 사람 근세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같은 가지지 못한 자의 공간에 속한 사람으로서, 같은 경쟁의 피해자로서의 동질감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도 데칼코마니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생충 가족과 지하 벙커 가족간의 싸움이 4번째 공간인 이 곳에서도 있었고, 동일한 가족간의 싸움이 2번째 공간에서도 있었습니다. 2번째 공간에서 기택은 지하벙커 사람들을 하대하고 꽁꽁 묶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지하 벙커 사람을 놔두고 대신 그를 경멸하던 박사장을 찔러 죽인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은 철학적 질문에 마주합니다. 우리는 누구인가?(WHO AM I?) 그리고 이 질문에 기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 위 세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 땅 밑에 사는 사람이라고.

     

     이 질문을 동일하게 스스로에게 던져봅시다. 우리들은 모두 기생충 가족처럼 목표를 향해 살아갑니다. 때로는 목표를 이루기도, 때로는 일이 계획대로 안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일궈낸 것에 만족하며 놀기도 하며, 혹은 목표와 상관없이 그저 세월이 가는 줄 모르게 놀기도 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냥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답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어설퍼 보입니다. 그리고 특히 이 세상의 비극을 마주할 때, 그리고 남의 경험이 자신의 경험처럼 느껴질 때, 생각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4-6. 경쟁의 참상

     

     

     정말 충격적이고 큰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제까지 기택의 입장에서 기택이 박사장을 죽인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박사장의 죽음이 박사장 가족에게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먼저, 일이 계획대로 안 되는 건 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파티가 일순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아버지가 죽을 줄 그 누가 알았을까요. 엄마 연교는 아들 다솜이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세부 디테일까지 신경을 쓰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했습니다.

    "제시카 선생님이 케잌을 들고 나타날 때 우리(박동익, 김기택)가 제시카쌤을 습격, 그때 정의의 인디언 다솜이가 와!!..“

     

     그러나 트라우마는 더 큰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어릴 적 환영으로 보았던 귀신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고, 그 귀신은 다솜이의 심리치료사 제시카 선생님을 찔러 죽였으며, 저번에 다솜이가 경기를 일으키며 죽을 뻔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소동 끝에 정말로 다솜이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엄마 연교의 계획은 처절한 상처를 남긴 채 철저하게 실패했습니다.

     

     다음으로, 그들도 가진 자의 공간에 완전히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 또한 그 공간에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처럼 Pretend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혜가 다솜이 사실 천재적인 척하는 거라고 고자질하는 모습, 사람들은 다혜를 반듯하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모습, 연교가 어설프게 영어를 섞어서 쓰는 모습들을 보면요. 그리고 평소에는 그렇게 깨끗한 척 거룩한 척 했지만(윤기사 사건) 그들도 결국 욕망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지요.

     

     마지막으로, 기생충 가족이나 지하 벙커 가족이나 박사장 가족이나 모두 똑같은 경쟁의 피해자였습니다.

     올해의 기술인 타이틀을 달고 온갖 사업을 주도해온 능력자 남편 박동익과는 달리 음식이니 집안일이니 할 줄 아는게 없었던 아내 연교가 남편 없이 홀로 자녀들을 잘 키울 수 있었을지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합니다. 누구나 우러러보던 그들조차도 이제는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들도 다름없는 '사람' 이었습니다. 기생충 가족이나 지하 벙커 가족과 다름없는 사람 말입니다.

     

     이리하여 네 번째 공간에서 공간의 붕괴가 일어납니다. 3번째 공간에서 저 아래 공간에 사는 사람들에게 닥쳤던 비극이 4번째 공간에서 저 위에 사람들에게까지 덮쳤습니다. 끝없는 경쟁의 결과로 영화에 등장한 세 가족 각각 사람 한 명씩 모두가 죽은 것이지요.

     

     앞서 경쟁의 몇 가지 함정에 관해 살펴보았던 것을 잘 기억해봅시다. 먼저는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상술했듯 불안은 위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경쟁은 의도치 않은 피해자를 양산합니다. 경쟁에서는 누군가는 반드시 도태되어야 합니다. 이렇듯 눈부신 현대 자본주의의 산물 이면에는 위와 같은 경쟁의 참상이 존재합니다. 마지막 이 장면은 경쟁의 끔찍한 참상을 단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 문제들은 단순히 영화 속 문제가 아니고 바로 우리 현실의 문제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찝찝함이 가시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경쟁의 참상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이 바로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심오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색과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지요. 바로 기우입니다.

     

     

     


     

    #5-1. 그치만, 웃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영화의 결론부까지 왔습니다. 바로 5번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기우와 기택의 생각이 어떻게 끝맺음되는지 살펴봅시다.

     

     

     5번째 공간은 1번 공간과 데칼코마니 그림 상으로 대칭되는 공간이지요. 그 말처럼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원래 살던 집 반지하로 돌아왔고, 기우는 다시 돈을 벌기 위해 피자시대 전단지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몇 가지 달라진 것들도 있습니다. 기우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한 달 만에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는 얼굴은 형사같이 안 생긴 형사와 의사같지 않은 의사였습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어 많은 이들에게 촉망받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기우 눈에는 더 이상 그렇게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래서 기우는 그저 웃습니다. 좋은 직업은 그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 좋게 다들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을 때도, 기정이 얼굴을 오랜만에 봤을 때도, 저는 계속 웃었습니다."

     


     

    그치만 지나간 뉴스를 볼 때는 웃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진짜 관심거리는 뉴스에 나오는 사람, 기우의 아버지였습니다. 바로 지금 그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덧 형사들 미행도 뜸해질 무렵부터, 가끔씩 산에 올랐습니다.
    그 산에 올라가면 그 집이 꽤 잘 내려다보이거든요."

     

     이제 기우는 예전처럼 그 집을 우러러 보지 않고, 내려다봅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보았기 때문에, 지하의 외침이 그에게 들렸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아버지는 지하에 벙커에 있었습니다. 매일 밤 아들에게 모스부호를 통해 편지를 쓰고 있었던 것이지요.

     

     

     

     


     

    #5-2. 박사장님 미안합니다.

     

     

     

    "그때 대문을 나올 때 순간 깨달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 기택 -

     

     동기가 어떠했던 간에 기택은 사회적으로 힘과 재력을 갖춘 사람을 살해한 살인자였습니다. 앞으로 그는 박사장을 지키고 있을 무수한 CCTV와 형사들의 감시를 피해 살아갈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기택의 유일한 선택지는 지하 벙커 안에 숨는 것 그뿐이었습니다. 마치 근세가 사채업자들에게 쫓겨 지하 벙커로 숨어들어야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그 지하 벙커는 얼마 전까지 계속해서 근세가 살던 곳이었지요. 기택이 근세를 대변해 박사장을 살해했던 것과도 이어져 기택이 저 아래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기택은 땅 밑에 사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 포인트를 잘 잡고 갑시다.

     


     

     

    "박사장님 미안합니다."

     

     또 여기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사람이 박사장에게 RESPECT! 하던 그 자리에 서서 박사장에게 사과를 하네요. 조금 의외입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라 충동적으로 박사장을 칼로 찔러 죽였던 그가 이번에는 왜 박사장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 밑에 사람들을 경멸하는 게 너무나도 싫어서 저질렀던 우발적 범행, 그런데 그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할 뿐이었습니다.

     

     기택의 그 행동으로 인해 다시 박사장 가족은 기택 본인과 같은 경쟁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 대목에서 기택은 박사장에게 사과와 용서를 구하고, 또 최종적인 화해를 이루고자 했던 게 아닐까, 감히 조금 과하게 해석을 해봤습니다.

     

     진정한 문제의 해결책은 바로 경쟁과 싸움이 아니라 용서와 화해입니다.

     

     

     


     

    #5-3. 기우의 편지: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드디어 마지막 장면입니다.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소식을 들은 기우는 바로 집으로 달려가 아버지께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꿈을 꿉니다. 편지와 꿈의 내용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버지,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근본적인 계획입니다.
    돈을 벌겠습니다. 아주 많이요.
    대학, 취직, 결혼 다 좋지만, 일단 돈부터 벌겠습니다.
    돈을 벌면, 이 집부터 사겠습니다.
    이사 들어가는 날에는, 저랑 어머니는 정원에 있을게요. 햇살이 워낙 좋으니까요.
    아버지께서는 그냥, 계단만 올라오시면 됩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 기우의 편지 -


     

     편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근본적인 계획입니다."

     

     다시 한 번 계획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지금까지 계획이라는 단어가 각각의 공간에서 등장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드디어 데칼코마니 그림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다시 기억을 떠올려볼 겸 1번 공간부터 다시 한 번 짚어봅시다.

    [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그들이 처음에 세웠던 계획은 어떻게든 강자의 위치로 올라가려는 계획입니다.

    사진은 기우가 부잣집 과외를 하러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일들이 발생하는가 싶더니 결국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3] "최고의 계획은 사실 무계획이야. 무계획."

     

    기우는 실패를 겪으며 다시금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내놓은 결론이 바로 5번 공간에서의 다짐입니다.

     

    [5]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길 위에 다시 서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그 계획이 무엇인지'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이란 바로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합니다. 대학 취직 결혼 그런 거 말고.

     

     이런 단어들에서 기우의 과거 행적들이 엿보이네요. 대학(연세대학교), 취직(부잣집 딸 과외), 결혼(다혜), 이렇게.

     

     그리고 언급한 그런 것들도 물론 좋지만, 일단 돈부터 벌겠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과는 다른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뒤로 돈을 벌겠다고 하는 이유가 나타납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집을 사고, 지하 벙커에 사는 아버지를 꺼내드리는 것. 이것이 바로 기우의 계획입니다.

     


     

     아버지 기택이 땅 밑에 사람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잘 기억하실 겁니다. 마찬가지로 기택이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인 지하 벙커는 땅 밑의 공간입니다. 또한 이 집은 저 위 공간을 대표하는 장소이고요. 이 두 공간 사이에는 늘 선이 존재해, 두 공간은 서로 가까우면서도 결코 만날 수는 없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박사장은 이 선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시했지요.

     

     

     그리고 이 선 때문에, 저 위에 사는 사람들은 땅 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어떤지, 얼마나 힘든지 마는지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해 도움을 청할 때에도 그 소리는 윗 공간까지 닿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기우의 계획은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기우가 원했던 것은 바로 두 공간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두 공간이 서로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기우는 선 위에서 가정부 가족을 박대하며 선을 지키면서도 살아봤고, 한편으로 선 아래에서 자신이 박대했던 사람들과 같은 처지가 되어서도 살아봤습니다. 기우의 계획은 선 위 아래에서의 경험 모두 겪어본 후에 내린 일종의 결론인 것이지요.

     

     또 이렇게도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4번 공간에서 모두가 피해자임이 드러나면서 공간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다면, 5번 공간에서는 다시 두 공간이 재결합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지요.

     

     


     

     물론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은 기우의 꿈 속이며 계획안의 내용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1번 공간에서 기우가 세웠던 계획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만을 위한 이기적인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5번 공간에서 기우가 새롭게 새우는 계획은 사람 모두를 향한 이타적인 계획입니다. 이제까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살았다면, 이제는 고통받았을 삶을 살던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것이지요. 반지하에서부터 시작해 다시 반지하로 돌아오기까지 그의 가치관이 바뀌는 큰 경험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계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함축하는 소품이 있지요. 바로 수석입니다.

     

     기우가 근본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대사와 함께 수석을 흐르는 시냇물에 내려놓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여기서의 수석은 또 어떤 의미일까요.

     

     

     맨 처음에 살펴봤던 대로 수석 그 자체의 의미는 재물운 합격운 등을 불러오는 복() 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석 그 자체의 의미보다 누군가가 누구에게 수석을 건네주는 그 행위에 대한 의미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1번 공간에서 민혁이가 기생충 가족에게 수석을 건네주지요. 연이어 기택의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대사와 함께 충숙이 수석을 열심히 닦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리고는 수석을 집 한가운데 고이 모셔두지요. 이렇게 등장한 수석의 운은 기생충 가족을 위한 운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계획 또한 그들 스스로를 위한 계획이었고요.

     

     

     3번 공간에서 기택이 "최고의 계획은 무계획이다." 라고 말할 때 기우는 수석을 끌어안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목표와 계획을 갖고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4번 공간에서 기택이 수석을 근세에게 주러 찾아가는 행동으로 이어지지요. 지금까지 자기가 누렸던 운을 근세도 지하 벙커 사람들도 동일하게 누렸으면 하는 바램이었을 것입니다.

     

     4번 공간과 5번 공간은 데칼코마니 그림 상에서 하나의 날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5번 공간에서 수석을 시냇물 속에 내려놓는 행위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냇물은 점점 아래로 흘러내려 바다를 향해, 나아가 세상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런 특성을 생각해보면 수석을 시냇물 속에 내려놓는 행위는 이제는 운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기우의 새 계획 : 저 위 공간을 바라보지 말고 저 땅 아래 공간의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살겠다는 그 계획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돌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며,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1번 공간과 5번 공간 사이에서 수석의 의미는 그렇게 달라집니다.

     


     

    "햇살이 워낙 좋으니까요"

     

     

     지하 더 깊은 곳에 누군가가 SOS를 보낼 때에조차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든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비췄던 그 햇살 말고, 지상 위로 올라오는 땅 밑에 살던 사람들을 반겨주는 바로 그 햇살.

     


     

    "그 날이 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럼 이만."

     

     

     그리고 이 모든 게 이뤄지는 장소는 바로 여기, 반지하입니다.

     

     

     


     

    #6-1. 기생이 아닌 상생을, 경쟁이 아닌 공생을.

     

     

     

     지금까지 우리는 땅 밑에 사는 사람들과 저 위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이 중에서 어느 공간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인 기생충 가족처럼 두 공간을 모두 경험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만큼 정돈된 방식은 아닐지라도 ~하기도 하고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모두 같은 사람이니까요. 따라서 여러분의 모습은 3번 공간에서 수석을 안고 고민하는 기우의 모습과 같습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선을 지킨 채 자기만의 목적에만 충실하고, 그로 인해 서로를 향한 배려와 사랑이 매마른다면 그건 너무 슬픈 일일 것 같습니다.

     

     그것은 경쟁에 도태된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조롱이기도 합니다. 기생충 가족처럼 그들이 결코 노력을 안 해서 반지하에 살고 있는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서로에게 선을 긋는 사회는 비극을 잠재하고 있거나, 혹은 그 자체로 비극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극의 탈출구는 지금 자신이 달려가고 있는 곳에서 멈춰서서, 자신과 같이 힘들고 고통 받았을 사람들을 돌아보고 위로하며 그들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생명과 기쁨이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3번 공간의 여러분은 선택의 분기점에 서있습니다. 1번 공간의 기우처럼 수석을 자기 집 한가운데 놓고 살아갈지, 5번 공간의 기우처럼 수석을 시냇물에 내려놓고 살아갈지요.

     

     


     

    "기생이 아닌 공생을, 경쟁이 아닌 상생을" - 봉준호 -

     

     기생충 영화의 주제는 바로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 ,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세지를 이 영화가 던지고 있는 것이지요.

     

     저도 이 사회가 경쟁의 딜레마로부터 벗어나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정말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먼저 저와 여러분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을 쓰는 내내 한 문장 쓰는데도 한참 뜸을 들이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글을 참 못쓰는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초라한 결과물에 비해 상당히 오래 걸렸던 기간 열심히 기다려 주신 분께도 감사드리며, 서투른 공대생의 글솜씨에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6-2. 에필로그

     

     

     

     한편으로는 과연 기우가 그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세상은 종종의 다짐 속에서 느껴지는 희망보다도 각박해 보입니다. 집을 사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보지만, 자본주의의 벽 앞에 부딪쳐 결국 남들 몰래 집에 잠입해 아버지를 꺼내드리는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결말이 소개되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우울한 분위기 속에 갇혀 있었던 분들도 계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우의 마지막 다짐이 제게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제가 굳게 믿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소개하려는 인물은 사람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 자기 목슴을 버리기까지 인간을 사랑했던 진정한 왕.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바람대로 계획을 세웠고, 때로는 성공을 때로는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기우처럼 그 계획들 속에서 새로운 계획에 눈을 돌려봅니다.

     

    사람의 마음에 많은 계획이 있어도, 성취되는 것은 오직 주님의 뜻뿐입니다.
    - 잠언 19 21 -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안에 영원 전부터 감추어져 있는 비밀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모두에게 밝히게 하셨습니다.
    - 에베소서 3 9 -

     


     

     그 계획이란 바로 참혹하고 잔인한 이 세상에서 사람들을 구출해, 생명이 가득한 새로운 나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빛으로 오셔서 어둠을 밝히며 그 나라를 세우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사람은 어둠 속에 다니지 아니하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
    - 요한복음 8 12 -

     


     

     그 계획을 위해 예수님께서는 먼저 하늘에서 땅으로, 또 땅에서 십자가로 내려오셨습니다. 저 위 세상 말고, 땅 밑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셔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고 숨을 거두실 때, 성소의 휘장이 찢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 라는 선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사람들은 지금까지 그들을 억눌렀던 죄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 살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그 나라는 연약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한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
    (...)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마태복음 5 3,4,9,10-


     

     그리고 그 나라에서는 더 이상 경쟁이 없습니다. 부자와 가난한자가 함께 살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이곳입니다.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 이사야 11 6~8 -

     


     

     그 나라는 그가 부르신 백성을 통해 완성되어갑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이와 같이 너희 빛을 사람에게 비추어서,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여라.
    - 마태복음 5 18 -

     

     빛으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셨던 예수님께서 이제는 우리를 빛으로 부르셔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거룩한 사역에 참여할 수 있게 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들을 통해 그 나라가 완성되어 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나라는 마침내 완성될 것입니다.

     

    "보아라, 하나님의 집이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요,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 이전 것들이 다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 요한계시록 21 3,4 -

     

     요한계시록은 하나님 나라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예언입니다. 본문은 그 중에서도 결론부에 관한 내용이지요. 이전 것들은 다 가고, 마침내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는 것. 이것이 요한이 보고 들은 내용입니다.

     

     이 소망이 우리들로 하여금 앞으로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며, 이 소망 덕분에 기우가 앞으로 느낄 자본주의의 벽 앞에서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험한 세상 앞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이뤄지는 장소는 바로 여기, 반지하와도 같은 이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

    - 마태복음 6 31,33 -

     

     뭔가 익숙한 내용이지요? 구절 내용을 잘 곱씹어 봅시다. 정답은 아래 사진 속 기우의 편지 안에 있습니다. 마지막이니만큼 해설은 독자분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는 선택이 남아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중요해보이는 것들을 위해 살아갈지, 아니면 진짜로 중요한 것 : 바로 세상을 구원할 영원한 비밀의 계획을 위해 살아갈지요.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이 이야기를 가리켜 복된 소식, 또는 복음이라고 합니다.

     

     복음은 종교가 아닙니다. 복음은 가치입니다. 기생충 영화와 지금까지 소개한 이 복된 소식이 놀랄만치만큼 대응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마도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이 가치를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의 대사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 검은 상자를 저와 함께 열어보시겠어요?" - 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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